[이경국의 대구춘추 159] 사라지는 음식문화
이경국 칼럼니스트

음식문화는 종교와 같다고 본다. 나라마다 고유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개장국(보신탕)이 우리 민족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개고기를 먹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남의 나라의 간섭으로 고유한 우리의 전통음식을 못먹게 되니 주체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개뿐만 아니라 가축은 기르는 사람과 정이 들기 마련이다. 다만 개는 구석기시대부터 가축이 되었으니 가장 오래 되었으며 정도 많이 들었다고 본다.
유럽인이 미개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반려견을 먹는다고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거위간 (푸아그라) 을 먹는데 그것은 괜찮다고 여긴다.
그들이 즐기는 달팽이 요리도 같다고 본다. 달팽이도 살려는 욕구가 강하고 아픔을 느낀다.
산해진미의 음식가운데 개보다 더한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상어지느러미는 삭스핀인지 섹스핀인지 지느러미가 없으면 상어는 죽게 된다.
개구리 뒷다리를 즐기는 프랑스는 사실 우리의 개장국을 탓할 자격이 없다. 중국과 프랑스는 인간의 五味를 자극하는 동서양 1위의 요리국이다.
음식문화가 화려하기 때문에 뭇 생명을 많이 죽일 수 밖에 없다. <사슴눈알찜>은 이름만 들어도 징그럽다.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 사슴이다. 눈망울은 선하여 눈물나게 하는 동물이 사슴이라고 노천명은 읊었다.
엽기적인 요리는 두면서 개장국만을 시비거는 유럽인이다.
필지는 보신탕을 즐겨 먹었으나 佛子가 된 후로는 일체 먹지를 않고 있다.
특히 동물가운데 개는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다. ''생명 있는 것은 다 사랑하라''고 한다. 가축을 키우다가 팔려가는 모습을 보면 여간 가슴아프지 않다.
돼지는 평생 하늘을 볼 수 없는 슬픈 동물이다. 밥을 주는 주인의 얼굴도 볼 수 없다. 팔려가는 날은 눈물을 흘린다.
주인을 냄새로 아는 것이다. 먹이를 많이 주고 시끄러우니 팔려간다는 것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고함도 크게 지른다. 돼지의 입장에서는 팔려가기 싫다는 표현인 것이다.
개는 사람들의 사랑도 많이 받지만 온갖 나쁜 욕설에는 개라는 말을 넣는다. 'ㄱ새끼' 는 동서양의 공통된 욕설이다.
우선 개는 상추밭에 실례를 한다. 그리고 앉으면 수캐는 삐죽이 거시기를 내밀면서 자랑을 한다. 사실은 성기가 뼈로 되어있어 저절로 나오는 자연현상이다.
그것 보다는 길거리에서 교미를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수치를 알면서 옷으로 치부를 가린다. 동물은 윤리가 없다. 오로지 먹이를 먹고 교미하여 번식할 뿐이다.
가뜩이나 반려견은 호강을 하는 시대이다. 상전(上典)으로 모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34억 축생가운데 주인의 눈치를 개만큼 잘 아는 동물은 없다. 가장 충성심이 강한 동물이다.
충분히 인간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요건은 구비하고 있다고 본다.
길을 잃을까 싶어 고비마다 찔끔 흔적을 표시해 둔다. 영리한 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혼인을 하지 않고 애완견을 반려삼이 데리고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만취가 되어 귀가하더라도 부치(15년 가족처럼 지냈던 반려견)는 나를 반겨주었다. 떠난지도 오래되었지만 선한 눈동자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방안에서 키우는 것은 원래 식용으로 먹지 않는 우리민족이다. 반려견이나 금붕어를 먹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개팔자가 상팔자인 시대이다. 삼복지간에는 犬公들이 얼마나 불안하게 지냈는지 인간은 모른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이라면서 보신탕으로 흘린 땀이 기하뇨? 토란대를 넣은 개장국은 맛도 일품이다.
필자의 친구는 보신탕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비맞은 개만 보아도 군침이 돈다고 하여 만나면 弄을 건넨다.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것이 30대초였다.
지금 생각하니 미개인이고 무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소싯적에 개잡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잔인했다. 목을 메어서 죽인다. 고기가 연하라고 몽둥이 질도 하였다.
수많은 犬公들이 불쌍하게 죽어갔지만 이제는 유기견을 만들거나 함부로 죽이는 일은 사라지고 개도 천수를 누리는 <犬天國시대>가 만개 할 것이다.
개고기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닭, 거위, 오리, 소, 말, 염소, 토끼도 가축이고 개와 다를 바 잆기 때문이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하여 미개인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 포크와 나이프 보다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안정적인 모습이다.
원숭이 생골을 먹거나 사슴의 피를 빨대로 빨아 먹는 모습을 보고 필자는 잔인한 인간의 속성을 생각해 보았다.
개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동물을 잡아 먹는 것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살생을 하지 말라''는 것은 불교 신도오계의 첫번째 계율이다. 하필 개고기 만을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원숭이 생골을 먹는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원숭이 우리의 문이 열리면 겁에 질리는 모습이다.
고객(?)이 수족관의 횟감을 고르듯 마음에 드는 원숭이를 찍으면 모든 원숭이가 떠밀듯 동료를 밀어 낸다.
그래야 살아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치 단두대에 죄인의 목을 때듯이 원숭이를 그렇게 해 놓고 생골을 즉석에서 먹는다.
이는 보신탕보다 수십배는 더 잔인한 짓이다. 개는 축생이지만 원숭이는 손을 사용하는 영장류 이기에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이다.
선진국이나 저개발국이나 인간의 삶의 질적인 모습은 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고유한 본성은 같다.
곰발바닥이든 모기눈알 요리든 인간은 어차피 자연을 훼손하면서 다른 동물을 먹이로 하고 있는데 유독 개만을 트집을 잡고 그에 대항하는 정부정책도 미온적이기 짝이 없다.
북한의 청소년을 공개처형하거나 우리나라의 유아를 해외입양 시키는 행위는 개장국을 끓여 먹는 것 보다 잔인 하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 이경국 대구저널 칼럼니스트 ::
링컨아카데미 전무(전)
사)한국생활문학회 이사(전)
진성이씨 서울화수회 사무국장(전)
(주)동서증권 영업부장(전
전체댓글 1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아쉬움이
많은 시대입니다.
솜바지의 한복은 입지 않더라도 개량한복은
얼마든지 패션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궁에는 외국인만 한복차림입니다.
내국인도 평상시 많이 입어야 할 것입니다.
등잔과 호롱불도 시대감각에 맞는 장식품으로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지도
오래 되었으며, 이는 너무나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요순만이 성군이 아닐 것입니다.
세종과 퇴계도 인품이 더 나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인물 이십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