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8(일)

[이경국의 대구춘추 161] 박꽃이 피는 시간

이경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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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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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니스트

 

지상의 꽃은 하늘의 별과 같으며 가슴속 사랑과도 같다. 열대의 사막에도 꽃은 피며 엄동설한의 혹한에도 피는 꽃이 따로 있다.


사막의 선인장과 엄동의 설중매가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냉혈동물은 얼음밑을 좋아한다. 冬土에 피는 꽃은 따로 있는데 추위를 벗하며 피우는 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백꽃, 수선화, 군자란, 매화, 복수초, 설중매 등이 혹한에 피는 겨울꽃이다.


필자의 친구 조정래의 소설 ''박꽃같은 여자가 좋다''는 공전의 히트를 친 수작이다. 박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줍어서 그런지 몰라도 박꽃은 밤에만 핀다. 주로 초가 지붕위에 피는데 참으로 마음을 끈다.  그리고 박이 열리면 겉은 바기지를 만들고 속은 뭍혀서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가장 좋은 나물맛이 아닐까 싶다.


박꽃은 수줍게 보인다. 옆집 갑순이의 처녀 시절 모습같다. 얼굴이 빨개지는 수줍음이 좋다. 지금은 얼굴이 빨개지는 여성을 볼 수가 없는 세상이다.


세상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인면수심으로 살거나 아니면 철판을 깔아야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박꽃을 보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다. 춘향의 속살이 박꽃같이 희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미인의 조건 가운데 치아와 살색은 뽀얗게 희어야 한다.


물론 진주색 검은 미인도 없지는 않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 좋다. 마음은 평생 사춘기 때와 같다는 어머니 말씀은 지금 생각하니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그리고 흥부의 박씨 얘기는 지금도 가슴 훈훈하게 한다. 흥부의 마음으로는 경쟁에서 밀린다고 음식점 간판은 온통 '놀부식당' 뿐인 세상이다.


흥부란 이름은 사라져 버렸다. 어쩌다가 형수한테 얻어터지는 장면은 우스게 소리 정도로 나오고 있다.


식당의 이름은 설사 <놀부식당>이라 하더라도 <흥부마음>이 아니면 식당은 문을 닫고 말 것이다. 밤을 상징하는 꽃은 박꽃과 달맞이꽃이 있다.


밤꽃은 은은한 소나타를 연상시킨다. 태양은 밝으나 구름이 가린다. 기껏 붉은해, 백해, 청해가 있지만 달은 모양자체가 변화무쌍하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워낙 힘들어 하니 달은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안을 주는 듯한 느낌이다. 달은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기질이 있다.


달빛 사랑은 여운이 길다. 임이 달빛에 젖어 찿아와 창문을 노크하는 상상을 해 보면 행복이 번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옥도끼보다 값은 덜 나가는 은도끼를 필자는 좋아한다. 달에 대한 모든 전설은 사라져 버리다. 다만 떨어지는 운석의 크기로 값을 따지는 야박한 시대로 변하고 만 것이다.


달을 보고 시를 쓰지 않는 시대이다. 이태백은 지하에서 통곡을 할지 모른다.


초가지붕에 핀 박꽃도 보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박꽃같이 순결한 여자도 보기가 쉽지 않는 세상이다.


제비마저 오질 않으니 박씨조차 볼 수 없는 시대에 그저 돈을 세는 소리가 좋다고 하는데 빚이 많은 세상이 되어 그 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되었고 한다.


박꽃을 보기란 쉽진 않지만 그나마 박서방은 건재하고 있어 다행이다.


월광을 받으면서 초가지붕위의 흰 박꽃은 숫처녀의 수줍음처럼 지금도 필자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소싯적 본채는 기와집 이었으나 별채는 초가집 이어서 보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초가에는 해마다 박꽃이 피고 굵은 박이 열렸다.


박바가지는 어떠한 그릇보다 정감을 느끼게 한다. 누릉지는 바가지에 담아서 먹으면 좋다. 바가지를 긁는다 하는데 놋숫깔로 긁어 보아야 그 소리는 적다.


박밑에는 짚으로 똬리를 민들어 잘 익도록 받추어 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민속촌에 가야만 草 家지붕을 볼 수 있지만 박은 없다. 그마져 너무나 깔끔하여 정을 느낄 수 조차 없다.


아! 언덕위 초가지붕 위에 박꽃이 피어 月光을 받으면 청초하게 보였던 소싯적이 너무나 그립다.

 

 

 

::   이경국 대구저널 칼럼니스트   ::

 

 사) 박약회 운영위원(현)

 링컨아카데미 전무(전) 

 사)한국생활문학회  이사(전)

 진성이씨 서울화수회 사무국장(전)     

 (주)동서증권 영업부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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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

  • 04727
이경국

♧달님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이침이 되어
태양이 솟으면 박꽃은 그만 시들어 버립니다.

밤이 좋아 밤에만 피는 박꽃이 좋습니다.
표주박으로 물이나 술을 떠 먹었지요.

박은 생김새가 순해 보입니다.
초등생 때 일기장에 글을 썼는데
사라호 태풍에 그만 젖어서 버리게 되었습니다.

박꽃은 은은한 첫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최고의 꽃입니다.

백의민족의 흰색은 사실 화려한 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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