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국의 대구춘추 131] 꽃향기 보다 짙은 풀냄새
이경국 칼럼니스트
식물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역시 꽃이 가장 화려하면서 짙은 향기도 풍긴다. 벌과 나비를 유인할려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면서 짙은 향내까지 발산을 한다.
번식을 하기 위한 절박함일 것이며, 또한 代를 이어 나가려는 몸부름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마치 꽃이 인간을 위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기 십상이다.
코를 자극하는 냄새는 꽃마다 다르다. 그러나 풀냄새의 그윽함은 꽃향기 못지 않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이는 소싯적 농촌에서 자랐던 기억을 생각하면 풀냄새가 아련히 그대로 스친다. 삿갓하나 놓으면 딱 맞을 마당에 자라나는 풀냄새를 잊지 않고 지내고 있으니 이는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없다.
이름이 없는 풀을 그냥 잡초라 한다. 야생화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잡초도 관심을 지니게 되었다.
잡초는 번식력이 강하다. 논밭뚝이나 언덕은 잡초가 지켜 주기에 그 혜택은 실로 크다고 본다. 인간이 고마움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켜내고 있다''는 이치와 같다.
인간사회도 같다. 미인은 박명이다. 손을 많이 탄다는 의미이다. 신경을 과하게 쓰면 단명한다.
천재는 요절하기 쉽다. 적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믿고 노력이 부족하며 인간관계가 서투르기 마련이다.
자연의 조화는 실로 대단하다. 호미로 잡초를 캐내어 뿌리를 햇볕에 말리어야 되는데 비라도 내리면 집초는 소생을 한다. 질긴 생명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안개꽃처럼 잡초는 무더기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작은 벌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도 살 궁리는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작다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면 곤란하다.
맛으로는 홍어가 미각의 최정수이듯 풀냄새를 제대로 알아야 자연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풀의 매력에 푹 빠져 보고 싶다.
어쩌면 이름없는 온갖 잡초들이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일지 모른다.
서로 얽히어서 홍수에 떠 내려가는 흙을 보호해 주고 있다.
법정스님의 잔잔한 속삭임이 가슴을 적시게 한다. 오두막에 가는 길옆의 풀을 베어 내면서 ''풀아! 미안하다. 여기는 너희들이 있을 인연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 대화를 하고 베어 낸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귀함을 깨친다 는 것은 인간의 고귀한 사랑의 감정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과일과 풀은 냄새가 다르다. 어쩌면 인공향수보다 더 끌리는 힘이 있다고 본다.
다만 동물세계에서 인간은 이성간 體臭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이는 서로 극진한 사랑이 있을 때 얘기다.
어느 한쪽이 戀情이 멀어지면 당연히 군둥냄새가 풍길 것이다.
:: 이경국 대구저널 칼럼니스트 ::
링컨아카데미 전무(전)
사)한국생활문학회 이사(전)
진성이씨 서울화수회 사무국장(전)
(주)동서증권 영업부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