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칼럼 23] 客窓寒燈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다
강호성 前 세계사이버대학 총장
<후회는 결코 앞서지 않는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조고각하(照顧脚下)를 되새기자!
어느 고등학교의 교실 벽에 걸린 급훈!
"후회는 앞서지 않는다!"
우리가 학창시절에는 늘 그러하듯, 무심코 지나칠 법한 글귀건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가지 선택을 해야 되고, 또 그에 대한 결과를 경험하다 보니, 이 급훈의 의미가 다시한번 무겁게 뇌리에 맴돈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이 말은 "돌아오는 빛이 다시 비친다!"는 뜻으로, 중국 고전이나 문학 작품에서도 '마지막 순간의 빛남'을 상징하기도 한다.
원래 이 말은 석양(夕陽)이 지기 직전에 잠깐 반짝이는 하늘 빛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해질녘에 붉게 물든 석양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음이라.
삼국시대 백제의 의자왕이나, 신라의 경애왕 등은 국운이 기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쾌락과 허영에 탐닉하다 패망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이 말 또한 한마디로, '남의 허물을 보지 말고 나부터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옛 선현들은 자주 이 사자성어로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과 같은 신독(愼獨: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감) 으로 삼았다고 한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조고각하(照顧脚下)! 그래서 회광반조는 삶의 매순간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자신을 돌아 보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하겠다.
그리고 해질녘 노을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또 불가(佛 家)에선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돌린다!'라는 뜻으로, 옛 선승들이 제자를 가르칠 때, "세상 사람들은 눈을 뜨고 바깥 세상의 현상만 쫓느라 정신이 없구나!
그러니 번뇌와 욕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회광반조(回光返照)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회광반조는 자아에 대한 성찰적 의미이다.
남의 단점을 지적하거나 세상의 문제를 비판하는데 익숙하던 것을, 자신을 돌아 보라는 의미로, "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등 끊임없는 자기 질문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조고각하(照顧脚下)의 유래는, 중국 송나라 때 '오조법연(五祖法演1024~1104, 중국 선종 제 47대 조사)'이 제자 셋과 함께 밤길을 걷는데, 갑자기 들고 있던 등불이 꺼졌다.
이때 오조법연은 세사람의 제자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첫번째 제자 曰, '채색 바람에 붉게 물든 노을에 춤출 것이다."라고 했고, 두번째 제자는, '쇠뱀이 옛길을 건너 가네(?)'라는 답을 했다 하고, 마지막 제자가 바로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말했다고 한다.
'불이 꺼져서 어두워진 김에, 이참에 자신의 과오를 천천히 되돌아 보라!'는 의미가 되겠다.
이말 또한 불가(佛 家)에서 수행의 기준으로, 끊임없이 나의 과오를 돌아보며 정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말이다.
필자도 한때 '국궁(國弓)'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는데, 활쏘기, 특히 국궁에는 집궁 8원칙(執弓8原則)이 있다.
"선관지형(先觀地形) / 후찰풍세(後察風勢) / 비정비팔(非丁非八) / 흉허복실(胸虛腹實)
전추태산(前推泰山) / 발여호미(發如虎尾) / 발이부중(發而不中) / 반구제기(反求諸己)"라.
"먼저 지형지물을 살펴보고, 그다음에 바람의 방향을 살펴라.
자세는 고무래 정자도 아니고 여덟 팔자도 아닌 어깨 넓이만큼 적당한 자세를 취하라.
먼저 활 시위를 당길 때는 태산을 밀듯한 기세로 잡아 당기고,
화살을 놓을 때는 무서운 호랑이 꼬리를 내치듯 부지부식간에 놓아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녁에 명중하지 않았다면,
네 자신에게서 그 잘못을 찾아 보라!"
이 마지막 구절의 반구제기(反求諸己)는 맹자(盟子)의 공손추(公孫추)편에 나오는 말이다.
또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수원수구(誰怨誰咎)'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의미도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스스로를 돌아 보며 책임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가톨릭에서도 이런 류의 글귀가 시선을 끌게 한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이 말은, 원래 가톨릭 미사(참회의 기도)에서 유래한 경건한 고백문으로,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사용하는 라틴어의 표현으로, 단순한 사과를 넘어 깊은 반성과 책임의식을 담고 있기에, 정치, 종교, 그리고 대중문화 등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정치인이든, 기업가이든, 상대가 비난 받는 일에 쌍수 들고 앞장설 게 아니라, 나부터 돌아 보며 자기 반성의 자세를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작금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책임 전가나 위선(僞善)행위들이 도를 넘은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또한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국가 또한 성공이나 흥함이 영원하지 않기에, 늘 경각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올해는 丙午年 붉은 적토마의 해이다.
석양 녘에 잠깐 반짝하는 삶이 아니라, 매순간을 마지막처럼 여기고, 돌다리를 건너듯 자신을 돌아 보면서, 우리 모두가 후회함이 덜한 한해가 되길 염원해 본다.
:: 강호성 前 세계사이버대학 총장 ::
- 행정학 박사
- 前 한민대학교 부총장
- 前 한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